천성진/은가비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분나’라고 부른다. 작은 찻잔에 담아주는 분나는 에스프레소와 다른 깊고 진한 맛을 낸다. 분나는 ‘커피의 나라’라는 명성답게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분나를 제공하는 카페도 많은 편이다. 스타벅스처럼 큰 체인점부터 크고 작은 개성 있는 카페까지, 에티오피아의 다양한 카페 가운데 이번 호부터 두 차례에 걸쳐,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핫 플레이스 카페를 소개한다.

분나 세레모니(Bunna Ceremony)

분나 세레모니는 에티오피아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보통 현지인의 집에 초대받으면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할 때 분나 세리모니를 한다. 그 외 아디스아바바의 시내를 돌아다닐 때도 분나 세레모니를 하는 카페는 물론, 길거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분나 세레모니란, 커피를 현장에서 직접 볶고, 빻은 다음 커피가루를 제베나(주전자)에 넣고 끓여 스니(컵)에 담아주는 과정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세 잔을 마시게 되는데, 첫 잔은 ‘맛’, 두 번째 잔은 ‘행운’, 마지막 잔은 ‘축복’을 의미한다. 자신의 집에 방문한 귀한 손님에 대한 우정의 표시이자, 특정행사가 있거나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도 행해진다.

밖에서 분나를 접할 때는 직접 로스팅해서 내려주는 곳도 있고, 주변에서 구한 원두를 활용하거나, 마트에서 원두를 직접 사와 제베나로 내리기도 한다. 외양은 진한 에스프레소와 같지만, 우렸기 때문에 더 깊이 있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분나에 정제되지 않은 설탕을 듬뿍 넣고 마시면, 하루의 피로를 잊을 만큼 달콤하다. 제베나 커피는 우리 돈으로 200~500원 정도면 맛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 맛봐야 할 커피다.

아스테르분나Aster Bunna

아스테르 분나는 필자가 10년 전부터 에티오피아를 방문할 때 마다 꼭 들르는 곳이다. 볼레 로드 주변 골목길을 따라 안쪽으로 걷다 보면, 고소한 커피 볶는 향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은 테이블이 6개 정도 있는 소박한 커피 로스팅샵으로, 한국인들이 토모카 커피와 함께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해가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콜롬비아 커피의 볶은 견과류 같은 고소함과 초콜릿향이 나고, 과테말라 커피처럼 마일드 하며, 단맛이 나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보통 에티오피아의 카페는 메뉴가 적은 편인데, 이곳은 더욱 간소하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마키아토와 전통식 분나커피 그리고 이곳의 특별 메뉴인 ‘tea with coffee’를 함께 주문했다. 한국 카페는 마키아토 한잔이 완성되어 나오면 바로 맛볼 수 있지만, 에티오피아는 설탕과 마키아토가 따로 제공되어 취향에 따라 설탕을 넣어 마실 수 있다. 에티오피아의 설탕은 정제되지 않은 자당이다. 정제설탕 보다 건강에 좋은 에티오피아 설탕은 조금 덜 단게 특징이다. 그런 비정제 설탕을 현지인들은 듬뿍 넣어 마신다. 마키아토는 라떼보다 더 진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느껴졌다. 전통식 분나커피는 고소하고 마일드한 맛이 일품이었다. tea with coffee는 홍차에 설탕이 이미 녹아있었고, 거품층이 눈길을 끌었다. 홍차 향이 강하면서 단맛이 진한 커피와 오묘하게 섞여 감칠맛이 났다.

카페 안 바리스타 바 뒤쪽에는 로스팅 실이 있다. 이전에는 프로밧 5kg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토퍼 5kg와 15kg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음료뿐만 아니라 원두 가격도 저렴한데, 10년이 지났음에도 가격도, 맛도, 한결같다. 아스트라 분나의 이러한 일관성에서 변치 않는 장인정신을 담은 운영자의 철학이 느껴진다.

원두 가격은 1kg=186birr, 500g=93.15birr, 250g=52.90birr이다. 10birr가 한화로 400원 정도이므로, 250g을 약 2,000원에 구입하는 셈이다. 필자가 음료를 마실 때도 10kg 이상 커피를 양손 가득 구매해가는 한국 손님을 보았다. 마케팅이나 유통에 집중하진 않지만, 아스테르 만의 운영 정책과 맛 그리고 가격적인 측면에서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곳이다.

골든커피Golden Coffee

르완다 대사관 주위에 위치한 골든커피의 첫인상은 ‘여기 강남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규모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세련된 정장 차림의 손님들이 여유롭게 커피와 식사를 즐기고 있다. 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샹들리에를 중심으로 양쪽 벽면의 컨셉을 다르게 하여 모던한 분위기다. 이곳의 특이점은 핸드 로스팅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다. 바리스타의 작업 공간 한가운데 에티오피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핸드 로스팅 장비가 놓여 있다.

하라르와 예가체프를 에스프레소로 한잔씩 주문했는데, 각각의 특징적인 향이 느껴지기보다 둘 다 비슷한 맛으로 느껴졌다. 그 이유는 아마 전통 방식의 로스팅 때문으로 추측된다. 전통방식으로 로스팅을하게되면, 숯불위에서 직화로 기름이 또렷이 보이도록 배전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연의 향기가 줄어들지만 이상하게도 쓴맛이 강하지 않고 좋은 단맛이 느껴졌다. 하라르 베이스에 대한 호기심에 라떼를 주문했는데, 은은하게 부드러운 맛의 라떼로 잡맛이 없고 좋은 그린빈에서 나오는 퀄리티가 느껴졌다. 화려한 인테리어 속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익숙한 에티오피아의 풍경을 잠시 잊게 했다.

가든 오브 커피Garden of Coffee

구 공항 지역 사르벳Sarbet 주위에 위치한 <가든 오브 커피>.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카페 창문의 커튼이 내려져 있어, 문을 닫은 줄로 착각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건물 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골든 커피>처럼 이곳도 핸드 로스팅 전통방식으로 커피를 볶는다. 하지만 골든 커피와 다르게 종업원 수가 많고, 직접 볶는 모습뿐만 아니라 다 볶은 후 갓 볶은 원두가 담긴 커피를 들고 테이블을 찾아가 앉아 있는 손님들에게 향을 맡도록 권한다. 전통 분나 세레모니의 또 다른 방식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곳은 손님들에게 핸드 로스팅 시연과 시향 과정을 공유하는 작은 참여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고 원두의 신선함을 전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에 특화된 커피샵으로, 에티오피아 내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하나의 트렌드 같았다. 골든 커피에서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 로스팅 시연을 보지 못했고, 로스팅 공장도 다른 곳에서 운영한다고 들어 로스팅 자체보다 전시 효과에 더 중점을 둔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가든 오브 커피는 달랐다. 매장의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였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주문이 시다모만 가능하다고 해서 에스프레소와 마키아또를 한 잔씩 부탁했다. 시다모 에스프레소는 과일 향과 산미가 조금 느껴졌는데, 맛은 스타벅스에서 강배전한 원두와 비슷했다. 나쁘지 않은 쓴맛도 조금 있었다. 마키아또는 라떼처럼 나와서 처음엔 비주얼을 보고 조금 의아했지만, 에스프레소를 감싸는 우유, 단맛이 풍성하여 즐기기 좋았다.

토모카Tomoca

<토모카> 원두는 여행객들이 에티오피아를 다녀올 때 방문 기념 선물로 가장 많이 구매하는 상품이다. 해외 유명 배우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면서, 이곳을 찾아와 커피를 마신 후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는 본점 이외에도 모던한 디자인으로 에티오피아 전역에 여러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피아사 본점을 찾아갔는데, 오래된 커피 기구와 인테리어 덕분에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열 평 남짓한 매장엔 테이블 좌석이 없어서 손님들은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카페 입구에는 토모카 원두와 엽서 등이 구매가능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토모카는 로스팅 정도가 강해 스타벅스 커피와 향미가 비슷했다. 쓴맛의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기 좋다. 필자가 주문한 마키아또는 토모카 원두의 쓴맛이 우유를 뚫고 나올 만큼 강렬했지만,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설탕의 단맛과도 잘 어울렸다.

이번 에티오피아 방문에서는 특히 토모카 커피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 왔을 땐 없었던 토모카 커피 체인점이 중요 지역에서 많이 보였다. 유통 시장에 진출하여 중급 이상의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면세점 등 에서도 토모카 원두를 쉽게 발견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마모카차Mamokacha

<가든 오브 커피>의 맞은편에 위치한 <마모카차>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브랜드 컬러 녹색과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에티오피아’다운 것은 쉽게 찾아보긴 어렵지만, 뉴욕 어느 골목에서 만난 작고 세련된 커피 맛집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작은 규모의 커피샵이라 소규모 회사처럼 보였지만, <토모카>, <모예>, <타라라 커피> 같이 자사 매장의 원두 소비보다 다른 마켓과 면세점에 원두를 유동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곳으로, 단순한 동네 카페가 아니었다.

에스프레소와 마키아또 한 잔씩을 주문하여 맛봤는데, 쓴맛이 적고 부드러운 에스프레소가 우유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부담스럽지 않고 마일드한 커피를 추구하는 마모카차는 세련된 디자인 감각과 탄탄한 유통망의 운영 시스템으로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곳이었다.

칼디스 커피Kaldi’s Coffee

미국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에티오피아에는 <칼디스 커피>가 있다. 에티오피아의 칼디커피 기원설에서 브랜드 이름을 착안한 곳으로, 스타벅스의 로고와 색깔 구성을 똑 닮았다. 인테리어에서도 스타벅스와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데, 큰 차이점은 스타벅스처럼 음료 연구와 메뉴개발, MD 제품 출시, 마케팅에 힘을 쏟기보다 오로지 ‘커피’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아디스아바바 곳곳에 균일한 체인점을 두고 에티오피아 커피의 자존심이자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이밖에도 새롭게 등장한 카페로 <모예>, <타라라> 등이 있었다. 전부 소개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커피 애호가들이 에티오피아의 커피를 예가체프, 시다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과 다채로운 맛으로 기억하면 좋겠다. 언젠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커피 한잔과 함께 그들의 삶을 보고 느끼길 바란다.

 – 월간 커피 7,8월호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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