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진/은가비

이번 에티오피아 커피여행을 결정한 계기는 에티오피아에 거주 중인 친구와 주고받은 메세지였다. “랄리벨라에서 커피가 생산된다고?”

암하라 지역 커피 – 랄리벨라

에티오피아는 총 8가지 이름으로 그린빈을 수출하고 있다. (예가체프, 시다모, 리무, 네켐티, 테피, 베베카, 하라, 짐마) 해당 목록에는 없지만, 커피를 사랑하고 즐기는 문화를 가진 현지인들은 각 지역의 커피를 마신다. 에티오피아 지도를 보면 서쪽, 남쪽, 동쪽에 위치한 커피산지들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북쪽 지역은 커피가 수출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 벨트의 바깥쪽이라 커피 생육에 적합하지 않아서일까? 오랫동안 갖고 있던 의문을 풀 실마리를 찾은 듯, 설레는 마음으로 에티오피아로 날아갔다.

랄리벨라는 아디스 아바바 수도에서 약 500km 떨어진 에티오피아의 북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해발 2400m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또한,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된 암굴교회가 11개나 있다. 랄리벨라 왕의 신앙심으로 단일 암석을 깎아서 만든 암굴교회는 추산인력 4만 명이 동원되어 만들어졌다. 밤에는 천사들이 내려와 지었다는 전설도 있는 곳으로, 매년 여행객들이 찾는 귀한 관광지다. 이곳에 커피가 자란다는 말이 신기했다.

랄리벨라에 도착한 다음 날, 새벽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인 아침 다섯 시 반에 일정이 시작됐다. 아직 어둠이 자욱이 내려앉아 있었고, 신선한 바람이 부는 새벽에 삼륜 자동차 ‘바자지’를 타고 2~30분을 달렸다. 차가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곳에 다다르자 걷기 시작했다. 함께 간 가이드는 산능선 사이에 듬성듬성 보이는 작은 농가를 가리키며 우리가 가야 할 곳이라고 알려줬다. 고산지의 산뜻하지만, 무언가 몽롱한 느낌 속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걸었다. 산등성이 위로 해가 조금씩 얼굴을 내밀 때쯤, 산속 마을에서 시내까지 1시간 조금 넘는 거리를 등교하는 몇 무리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이킹을 계속했다.

이윽고 한 마을에 도착했다. 암하라 정부가 관리하는 커피 묘목을 볼 수 있었는데, 많은 양의 커피를 재배하진 않았지만, 정부에서 관리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현재 랄리벨라 지역의 커피는 전부 소비된다고 한다.

마을에서의 일정 이후 커피 꽃과 빨간 커피 열매가 보고 싶어 산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작은 길 사이로 무분별하게 나 있는 커피나무 중 일부는 주인이 있고, 일부는 그냥 자란 것이라고 했다. 랄리벨라는 아직 규모가 큰 생산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발굴되지 않은 다이아몬드가 가득 숨겨진 광산 같았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선진국의 원조나 NGO의 도움을 받아 커피 교육을 받고, 가공 시설을 확충하면 주목받는 커피산지로의 충분한 가능성이 보였다.

커피벨트 위치가 변하고 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가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해 연구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암하라 지역은 지리적 위치로 보면 커피 벨트에 속하지 않는다. 커피가 생육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닐 수 있지만, 당분간 기후변화가 지속됨에 따라서 커피 벨트도 북진할 가능성이 크다.

랄리벨라 커피는 어떤 맛?

랄리벨라의 커피를 아디스 아바바로 가져와서 다른 그린빈과 테스트해 보았다. 랄리벨라 커피는 내추럴로 가공됐지만, 고산지대에서 자란 커피처럼 알이 작고 밀도가 높았다. 색상은 푸른색이었다. 이날, 일주일 전에 열린 2018 아프리카 대륙의 커피 대회 T.O.HTeast of Harvest 에서 1위, 3위를 수상한 Buku Abel과 Haro Sorsa를 함께 커핑했다.

수상한 두 커피는 역시 뛰어났지만, 랄리벨라의 커피도 그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두 커피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스파이시한 과일 향과 깔끔한 후미가 느껴졌다. 구찌커피라고 해도 믿을 만한 커피였다. CLU에서 오랜 시간 커퍼로 일했던 한 전문가도 “북쪽에서 이런 커피가 난다는 것이 놀랍다”며 극찬했다. 암하라 커피가 생산량을 늘리고, 에티오피아의 수출 목록에 추가되기까지는 헤쳐 나가야 할 많은 난관이 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커피의 가능성을 보았고, 또 열정을 가지고 준비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빠른 시일 내 에티오피아 커피 산업에 변화가 일어, 세계 카페에서 암하라 커피를 만나볼 수 있길 소망한다.

 – 월간커피 9월호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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